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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에 댄스·랩 넣으니 젊은이들이 신났어요"

성스런 침묵이다. 17명의 순교자들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이천의 어농성지. 싱어 송 라이터 김태진(38·사진) 베난시오 신부는 이 침묵의 성지에서 사역하며 노래를 짓는다. 그는 천주교에선 다소 낯설었던 CCM(현대 크리스천 뮤직) 음악을 성당 안으로 끌어들였다. 성가에 록·발라드 등 대중음악 장르를 잇대면서 국내 천주교 음악을 조금씩 살찌웠다. 천주교의 엄숙한 전례 성가에 비하면 파격적인 음악이다. 그는 리드미컬한 댄스·포크 음악은 물론 랩까지도 성가의 한 갈래로 만들어냈다. 대중음악의 자유분방함이 성가에 녹아 들자 특히 청소년이나 20~30대 신자들이 열광했다. 천주교식 표현으론 ‘젊은이 성가’의 출현이다. “20년 전만 해도 젊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성가가 많지 않았어요. 성당 교우들끼리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요즘은 젊은이 미사에선 CCM을 부를 때도 많아요.” 김 신부는 수원가톨릭대학 재학 시절부터 젊은이 성가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갓등 중창단’ 창단 멤버로 들어가 대중가요풍 성가를 짓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는 솔로 음반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싱어 송 라이터로 활동 중이다. ‘마음을 드높이’‘로고스 찬가’‘축제’ 등과 같은 곡은 천주교 신자라면 대개 따라 부를 만큼 유행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음반 판매량이 2만3000여 장에 이르는 ‘히트곡 메이커’다. “곡을 억지로 만들어내진 않아요. 성가를 쓰는 사람들은 기도하지 않으면 곡을 받을 수가 없죠. 기도하면서 기다리면 하느님이 어느 순간 곡을 주십니다.” 그가 곡을 쓸 때 특히 신경 쓰는 건 가사다. 성가에선 음악 자체보다 가사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가사를 쓸 땐 늘 조심스럽다. 주관적인 느낌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성서이나 기도문에서 가사를 끌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의 CCM은 일종의 ‘장르 박물관’ 이다. 지난해 발매된 4집 ‘로맨틱 크리스천(Romantic Christian)’을 들여다 보면, 잔잔한 발라드(‘영성체’)부터 강렬한 록(‘축제3’)까지 온갖 장르가 다 담겨있다. 2집 앨범엔 장엄한 전례 성가로 시작해 힙합으로 마무리 되는 독특한 노래(‘누구보다 주님은 우릴 사랑하셨네’)도 있다. 장르에 관한 한 거칠 게 없는 걸까. “장르에 대해선 열려있는 편이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도 있어요. 예를 들어 데스메탈의 경우 하느님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만든 장르인데 이런 음악을 성가로 끌어오긴 어렵죠.” 그는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개신교 CCM은 잘 듣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하긴 멜로디와 가사만으론 기독교 CCM과 천주교 CCM이 언뜻 구분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천주교의 모든 성가는 그레고리안 성가(로마 가톨릭의 전통적인 단선율 전례 성가)를 지향한다. 젊은이 성가 또한 궁극적으로 그레고리안 성가에 닿기 위한 과정일 뿐”이란 말로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가 사역하는 어농성지는 침묵의 공간이다. 낮엔 성지를 찾는 신자들로 붐비지만, 밤이면 적막한 성지를 홀로 지킨다. 그러나 그 침묵의 시간은 그에겐 영감이 샘솟는 순간이다. 그는 “예수님을 생각하는 침묵이 가장 좋은 성가”라고 했다. 영성의 노래를 짓는 베난시오, 그에겐 침묵도 아름다운 진리의 멜로디다. 정강현 기자

2010-11-16

노래하는 영성 <상> 'CCM 전도사' 김도현

종교와 음악은 동전의 앞뒤다. 음악은 종교의식의 핵심요소다. 신앙생활에서도 활력소가 된다. 최근에는 대중음악과 종교음악의 교류도 활발하다. 대중음악 장르에다 개별 종교의 메시지를 담은 현대 종교음악이 인기다. 개신교·불교·천주교 등 3대 종교의 대표적인 뮤지션을 인터뷰 했다. 우리 시대 ‘노래하는 영성’ 3인의 이야기를 차례로 싣는다. 싱어 송 라이터 김도현(39)은 한국 기독교 음악(CCM)계의 깊은 호수를 이룬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CCM 사역을 시작한 그는 꼬박 20년간 CCM 음악에만 매달려 왔다. 그에게서 길어진 CCM 음악은 기독교계의 영적 목마름을 촉촉히 적셨다. 김도현이란 호수는 지난 20년간 CCM 음악의 분만실 같은 곳이기도 했다. ‘성령의 오셨네’ ‘봄’ 등 히트곡이 여럿이어서가 아니다. 가지런한 발라드를 닮은 그의 CCM은 대중음악의 세련미를 끌어오면서도, 기독교 음악의 영적 메시지를 잃지 않았다. 이를테면 김도현표 CCM은 영성이 꿈틀대는 매끈한 장르 음악이다. “교회 음악도 세련미는 기본입니다. 그릇이 예뻐야 음식도 더 맛있겠죠. 음악이 좋아야 그 안에 녹아든 하나님의 메시지도 더 잘 전달되지 않을까요.” 그의 인생을 뒤집은 건 낡은 카세트 테이프였다.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합창단 ‘주찬양선교단’ 1집 앨범을 처음 듣던 날을 잊지 못한다. 모태신앙으로 미지근한 신앙 생활을 하던 그는 찬양이 건네는 감격에 흠뻑 젖어 들기 시작했다. “그 테이프를 듣던 날 인생의 목표가 또렷해졌죠. 음악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음악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다. 열아홉에 꿈에 그리던 주찬양선교단에 입단했고, 그곳에서 차근차근 음악적 소질을 키워갔다. 수준급인 피아노도 당시 홀로 익힌 것이라 한다. 그는 “찬양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 보니 곡도 자연스럽게 쓰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찬양은 내가 쓴다기보다 하나님이 주셔야 완성되는 것 같아요. 어느 날 불쑥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 있어요. 영성이 가득한 곡은 오히려 쉽게 써질 때가 많죠.” 최근 발표한 3집 ‘샬롬’은 그런 그의 영적 체험이 녹아든 앨범이다. 타이틀곡 ‘샬롬’에 얽힌 일화 한 토막. 앨범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해하던 그는 올 초 이스라엘 여행길에 올랐다.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건너는데 문득 성경 속 한 구절이 피어 올랐다. ‘내니 두려워 말아라.’(마태복음 14장 27절) 예수가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한 말이다. 호수를 건너는 동안 그의 입술 위로 잔잔한 발라드 선율이 내려앉았고, 이내 곡이 만들어졌다. ‘샬롬 샬롬 샬롬 내니 두려워 말아라….’ 그는 “찬양 사역을 하면서 내가 으스댈까 봐 늘 경계한다”고 말했다. 마치 대중 스타처럼 우쭐대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CCM 히트곡 제조기’(그의 음반은 지금까지 모두 2만여 장 나갔다)로 통하는 그도 한때 “팬들의 열렬한 반응에 으스댔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 사람들이 내가 아닌 하나님께 집중하도록 인도하는 게 과제”라고 했다. 3000년 전 이스라엘엔 그를 꼭 닮은 다윗이란 청년이 있었다. 거구 골리앗을 돌멩이 하나로 쓰러뜨린 그는 훗날 이스라엘 왕이 됐다. 그가 성경에 남긴 시편(노랫말)이 73편에 이른다. 김도현은 3000년 전 다윗을 꿈꾼다. 대중음악에 견줄 만한 세련된 음악에다 “한편의 설교” 같은 메시지가 살아있는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하나님의 마음을 잘 전달하는 선지자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우리 시대 다윗의 절절한 고백이다. 정강현 기자 ☞◆ CCM은 어떤 음악=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발라드·록 등 대중음악 장르를 기본으로 기독교적 메시지를 담아낸 현대 기독교 음악.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한국에선 1980년대부터 복음성가란 형태로 불리기 시작했다. 초창기 한국 CCM은 ‘주찬양선교단’‘옹기장이’ 등 선교 합창단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특히 서울대 성악과 출신인 최덕신이 이끌던 주찬양선교단은 훗날 유명 싱어 송 라이터로 성장한 김도현·강명식 등을 배출한 ‘CCM 뮤지션’ 양성소이기도 했다. 90년대엔 박종호·송정미 등 대형 솔로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기독교계에 CCM 붐이 조성되기도 했다. 음반 시장 불황 등으로 한때 주춤했던 CCM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워십(worship·예배)음악이 관심을 끌면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워십 음악은 청중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쉬운 멜로디와 리듬으로 구성된 예배용 음악이다. ‘다리놓는사람들’ 등 찬양 예배 실황을 녹음한 일종의 라이브 음반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힙합·로큰롤·헤미메탈 등 CCM 장르도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CCM을 가르치기도 한다. 대구예술대·칼빈대 등에 CCM 연주와 작곡 등을 가르치는 CCM 학과가 생겼다.

201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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